SEO·GEO를 먼저 배운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 정찰병에겐 지도가 남는다

1년 전 25년 9월 5일, 카톡이 왔다. 2년 전 SEO 프로젝트를 같이 했던 KB자산운용 대리님이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업계 탑티어 증권사 투자컨텐츠팀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했다. 조건도 좋아졌고 연봉도 올랐다며 좋아하셨다.

1년이 흐른 26년 9월 7일, 이번엔 회사 메신저로 다른 소식이 왔다. 올해 상반기 GEO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한 KB저축은행 담당자였다. 이번 주까지만 다니고 이직한다고 했다. 이직할 회사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국내 탑티어 컨설팅펌이었다.

두 사람 사이엔 1년의 시차가 있다. 회사도, 직군도, 나이도 다르다. 그런데 공통점이 있다. 둘 다 회사에서 남들이 잘 안 맡으려는 일을 먼저 맡았다는 사실이다.


회사 메신저 대화 재구성

SEO도 GEO도, 처음엔 아무도 반기지 않았다

전쟁 상황을 앞둔 군인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공격에 앞서 낯선 적진에 먼저 발을 들여야 하는 순간이 온다. 대부분은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본대에 남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전쟁 승리를 위해선 앞장서 들어가는 정찰병이 필요하다. 수많은 군인 중 몇 명만 정찰병으로 선택된다. 물론 정찰병에게는 세부 지도도, 안전도 보장되지 않는다.

SEO가 그랬고 GEO가 그렇다. 가시적 성과가 바로 눈에 안 보인다. 글로벌 동향을 계속 팔로업하며 배울 것도 많다.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나만 잘한다고 되는 일도 없다. 여러 조직이 함께 움직여야 일이 진행된다. 사일로가 많은 대기업일수록 진행하기 더 힘들다. 잘 안되면 책임만 진다. 조직이 크고 안정적일수록 이 일을 반기는 사람은 적다.

이 문제를 누구보다 먼저 겪은 건 나였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앱 중심 MAU 지표에 혈안이 되어 있던 금융권에서 SEO라는 말은 낯설었다. 내부를 하나하나 설득하며 은행 중심으로 SEO를 시작했다.

은행과 같은 보수적인 금융 조직은 선례가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에서 SEO하니 저희도 SEO 해야 합니다!” 이런 식이다.

경영진 관점에서 이해는 된다. 커머스와 같이 매출로 직결되는 핵심 비즈니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AI가 부상하기도 전이라 금융 도메인은 웹보다는 앱 생태계에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이기도 했다.

당연히 SEO는 5대 주요 은행 어디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 겨우 프로젝트를 실무 부서와 협업해 성과를 냈고, 그 성과 사례를 근거로 1년 뒤엔 KB계열사 마케팅 부서 전체를 지원하라는 탑다운 명령이 떨어졌다.

참고로 부서에서 운영 중인 KB Think는 금융사 콘텐츠 플랫폼 중 대표 레퍼런스로 언급된다. 신한은행 역시 KB를 벤치마크해 비슷한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다른 금융 계열사처럼 KB도 은행, 증권, 손보, 카드, 라이프생명, 자산운용, 저축은행 등 계열사가 많다. 우리 부서는 은행 소속이지만 금융지주 겸직 부서라 당시 홀로 교육을 맡아 다양한 회사의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은행은 물론 계열사 마케터도, 개발자도 SEO라는 말은 얼핏 들어봤지만 이해 수준이 제각각이고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한정된 리소스로 모든 계열사를 다 지원할 순 없어서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보이는 조직부터 지원했다.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 KB저축은행 임직원들 교육하는 모습 ©장주영

KB자산운용 임원(CEO, 전무, 상무님들) 마케팅 교육하는 모습 ©장주영

KB자산운용 대리님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SEO는 ‘돈 안 쓰고 오가닉하게 트래픽을 모으는 방법’ 정도로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래서일까. 예산이 넉넉하지 않고 상황이 열악한 부서일수록 오히려 임원의 SEO 도입 니즈가 강했다.

자산운용에서 증권사로 회사를 옮긴 뒤에도 대리님은 이 문제를 그대로 겪고 있는 듯 보였다. 탑티어 증권사인데도 SEO를 손보고 싶어도 손댈 사람이 없다고 했다. 인원이 많다 보니 오히려 바꾸기가 더 쉽지 않다며 답답한 마음을 그대로 전했다.

맞다. 인원이 많은 조직일수록 새 업무 하나를 추가하는 일이 더 어렵다. 이건 해본 사람만 안다. 다들 각자 자리에서 하던 일만 계속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일수록, 회사가 속한 도메인이 보수적일수록 정찰병 자리는 늘 비어 있다.

대리님과 대화 끝에 한마디를 더 얹었다. SEO 다음은 GEO가 될 테니, 지금부터 챙겨두라고 했다. 남들보다 먼저 해외 사례를 뜯어보던 시기라 먼저 캐치업해둔 말이었다. 그냥 넘어갈까도 했지만, 알고 있는 만큼은 전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당시는 2025년 9월이었다. 국내에서 GEO라는 말 자체를 아는 사람이 드물던 때다. GEO(생성형 엔진 최적화)라는 개념이 업계 발표 자료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언론이 GEO를 다투어 쓰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도 반년 가까이 지난 2026년 초부터였다.

“다 차장님 덕분입니다”라는 말

어제는 회사로 찾아온 KB저축은행 담당자를 만났다. 축하 인사를 건네자 자기가 한 건 없다고, 전부 예전에 받은 SEO 가이드북 덕분이라고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겸손이었다. “가이드북을 만들어도 실제 읽는 사람은 적다. 그런데 그걸 읽고 부서별로 협업해 성과를 낸 건 본인이니 축하한다!”고 말했다.

참고로 그 SEO 가이드북은 4년 전, 그룹 내에 가이드북이 필요했는데 업체가 제작비로 1억 5천만원을 부르는 바람에 시간도 없고 배정된 예산도 없어 직접 만든 339 페이지짜리 자료였다.

정찰병에겐 SEO·GEO 지도가 남는다

정찰병이 낯선 땅에 먼저 들어가는 이유는 용감해서만은 아니다. 위에서 시켰을수도 있고 떠밀렸을 수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그 땅을 먼저 밟은 정찰병은 지도를 그릴 수 있다. 지도를 그리고 손에 쥔 사람은 다른 땅에서도 길을 찾기 쉽다.

SEO와 GEO. 이름은 달라도 둘 다 같은 지도다. 두 사람은 이 지도를 그대로 베끼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걸으면서 자기 걸음으로 다시 그렸다. 증권사 투자컨텐츠팀도, 컨설팅펌도 이 지도를 쥔 사람을 원했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다. SEO라는 지형을 먼저 걸어봤기에 GEO라는 다음 지형도 먼저 보였다. 남들보다 반년, 1년 먼저 본 지도를 그리고 나눈 것뿐이다. 정찰병은 다음 정찰병에게 지도를 넘겨줄 때 가장 쓸모 있다.

회사를 옮기면 예전 조직에서 쌓은 성과나 결과물은 대부분 그 회사에 남는다. 다만 그 일을 넘겨받는 사람이 어떻게 이어가느냐에 따라, 성과가 계속 살아남기도 하고 거기서 끊기기도 한다. 결과가 어떻든 지도를 그린 정찰병은 머릿속에 담긴 그 지도를 들고 나와 다른 땅에 가서도 쓸 수 있다.

SEO·GEO를 먼저 배운 사람 중, 왜 하필 이 두 직원이었을까

이 두 직원 전에도 SEO와 GEO를 배운 사람은 많았다. 그런데 동일한 퍼포먼스나 결과물을 내지는 못했다. 그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면 이 둘은 낯선 업무 앞에서 싫은 티를 내지 않았다. 성과를 남 탓, 상황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내 업무가 아니어도 나서서 일을 했다. 도움받은 걸 시간이 지나도 기억했다. 증권사로 옮기고 1년이 지나도, 컨설팅펌으로 옮기기 직전까지도 먼저 안부를 묻고 감사를 전했다.

무언가를 배우면 실력은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단기간에 가르쳐서 되는 일이 아니다.

말이 아닌 열매로

공교롭게도 같은 9월, 1년 간격으로 받은 메시지 두 개가 같은 걸 말해줬다. 낯선 길을 먼저 걸은 사람은 결국 더 멀리 간다. 이직을 고민하고 있거나 커리어 방향을 고민 중이라면, 아래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자.

① 지금 우리 조직에서 아무도 안 맡으려는 업무가 있나
② 나는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면 눈치 보며 피하고 있진 않나
③ 나는 지금 남들보다 먼저 다음 지형을 살펴보고 있나
④ 그렇게 보고 배운 것을 주변 사람에게 나누고 있나

링크드인 같은 SNS에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하며 전문가처럼 보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다들 안다. 막상 만나서 대화하거나 함께 프로젝트 하나 해보면 빛 좋은 개살구인 경우를. 이처럼 누군가를 평가할 땐 그 사람의 말이 아니라 열매로 봐야 한다. 나 혼자 잘났다고 말만 하는 사람은 오래 못 간다.

두 사람의 이직을 다시 한번 축하하며 3년 뒤 5년 뒤에 다시 찾아오더라도 배울 게 있고 열매가 있는 사람으로 남겠다는 다짐을 하며 이 글을 기록한다.

대학교를 3년 가까이 다니면서 학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진짜 사용자처럼 측정한다ㅣGEO 프롬프트 측정방식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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