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EO 콘텐츠는 특별하지 않다

며칠 전 구글의 경고, ▶“GEO는 없다. GEO 컨설팅 업체에 돈 쓰지 말라” 글을 썼다. 1년 6개월 만에 쓴 글이다.
사실 글까지 쓸 생각은 없었는데 GEO 광풍 때문에 회사에서 진행 중인 내 업무에 직, 간접적인 영향이 있어 부득이하게 글을 썼다.
그리고 어제 아침, 같은 맥락에서 ▶구글 부사장님이 쓴 글이 보여 가볍게 내용을 공유했다. 그리고 오후에 메일 하나가 왔다.

과거 인하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에 겸임교수로 있으며 ‘미디어 글쓰기’ 수업을 진행한 적 있다. 당시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 오랜만에 메일을 보내준 거였다.
학생인지라 마케팅 쪽은 백그라운드가 많이 없어 당시 면접을 볼지 말지 진로 고민 상담을 했었는데, 몇 가지 팁과 가이드를 말해줬다.
본인이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합격한 회사를 잘 다니고 있는 듯 보여 감사했다.
AI Overview 상위노출
처음 올린 글이 3일 정도 지났고 이렇게 자발적 공유까지 일어났으니 구글에서 인덱싱(Indexing)은 됐을 거 같아 ‘GEO 논란’ 키워드로 검색했다.
Bias를 줄이기 위해 시크릿 모드로 검색했다. 아래 사진처럼 PC와 모바일 모두 최상위 노출됐다. 구글 AIO(AI Overview)에서 인용도 많이 됐다.
Gemini나 ChatGPT는 학습시간이 필요하니 아직 확인할 수 없지만 구글 상위 노출됐으니 추후 학습이 될 거라 생각한다.
참고로 이 글에서 ‘논란’이라는 단어는 딱 한 번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구글은 전체 콘텐츠의 맥락을 잘 읽고 인덱싱해 노출까지 시켜주고 있는 거다.


많은 분들이 알듯 구글은 좋은 콘텐츠의 조건을 E-E-A-T로 설명한다.
AI시대 구글이 말하는 좋은 콘텐츠의 조건: E-A-T에서 E-E-A-T로
E-E-A-T는 2022년 12월에 나왔다. 역사를 알아야 인사이트를 배울 수 있으니 8년 전 2014년에 발표한 E-A-T부터 살펴보자. 구글은 ▶외부 검색 품질 평가자들에게 배포하는 가이드라인 문서에 E-A-T라는 약어를 처음으로 명문화했다.
E-A-T는 콘텐츠 제작자의 전문성(Expertise), 웹사이트와 저자의 권위성(Authoritativeness), 정보 자체의 신뢰성(Trustworthiness)을 종합 평가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검색엔진을 속이는 편법을 막기 위한 내부 품질 가이드 성격이 강했다.
처음에는 인터넷에 넘쳐나는 단순 짜깁기 글과 키워드 도배성 글을 필터링 목적이었다.
E-A-T가 마케터들에게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 것은 2018년 이른바 ‘메디컬 업데이트’라 불리는 핵심 알고리즘 변화 플러그가 작동하면서부터였다.
구글은 사용자의 자산(Money)이나 생명(Life)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YMYL(Your Money or Your Life) 영역의 콘텐츠에 E-A-T를 아주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검증되지 않은 이가 쓴 의학 정보나 금융 상담 글은 검색 결과에서 쭉쭉 밀려났다. 저자의 학위나 자격증, 기관의 공식 출처, 고품질 백링크처럼 ‘검증된 자격과 권위’를 갖춘 사이트들만이 상위 노출을 독점하는 시대가 열렸다.
가장 극적인 대전환은 2022년 12월에 일어났다. 구글은 기존의 E-A-T 맨 앞에 경험(Experience)을 뜻하는 또 하나의 ‘E’를 붙이며 E-E-A-T 체제를 선언한다.
이론적이고 공식적인 지식을 다루는 ‘전문성’과 별개로, 작성자가 직접 몸으로 겪고 체험한 ‘실제 후기’에도 높은 가치를 부여하겠다는 신호였다. 이 변화의 숨은 본질은 당시 폭발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ChatGPT 등 생성형 AI에 대한 견제였다.
AI는 인터넷의 방대한 데이터를 조합해 겉보기에 기가 막힌 전문가인 척하는 글(Expertise)을 1초 만에 딸깍 찍어낼 수 있지만 “어제 특정 식당에서 돈 내고 직접 음식을 먹어본 경험(Experience)”은 가질 수 없다. 구글은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생생한 1차 경험 데이터에 강력한 가산점을 주기로 결정한거다.
2024년부터 현재까지 구글은 이 네 가지 요소 중 신뢰성(Trustworthiness)을 가장 중심에 둔 최상위 개념으로 못 박고 있다.
아무리 화려한 전문성과 경험을 자랑하더라도, 최종적인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흔들리면 가차 없이 저품질 평가를 내린다. 실제로 구글은 2024년 이후 대규모 코어 업데이트를 연이어 단행하며, AI로 대량 생산된 ‘껍데기 최적화 글’들을 검색 인덱스에서 무더기로 삭제하고 있다.
쪼개고 뜯어보는 꼼수 콘텐츠가 아닌 브랜딩의 본질로
사람들은 ‘척’하는 브랜드에 반응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애플이나 할리데이비슨 같은 브랜드에 팬이 되는 이유는 브랜드만의 맥락과 본질이 사람들을 터치하기 때문이다.
애플이나 할리데이비슨의 휴대폰과 바이크를 뜯어보면 부품 자체는 경쟁자들과 비교해 별거 없다. 오히려 하드웨어는 경쟁업체인 삼성이나 도요타가 더 튼튼하고 내구성도 좋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더 저렴하고 튼튼한 물건을 사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다. 기존 관점에서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상하다. 더 비싼 돈을 주고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며 해당 브랜드를 선택한다.
그 이유는 뭘까? 심플하다. 그 회사의 본질에 반응했기 때문이다. 회사 관점에선 브랜딩에 성공한 거다. 브랜딩은 인생과 같은 단어라 정의가 사람마다 다르지만 앞서 설명한 관점에선 그 본질을 만들고 잘 유지하는 게 브랜딩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내가 자유로운 사람인데, 조신한 척, 안 그런척하며 인간관계를 하면 어떨까. 옷에 맞지 않는 옷을 잠깐은 입을 수 있어도 사람들은 꾸며낸 모습을 금세 알게 된다.
회사에서 발행하는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어떤 콘텐츠를 AI 봇이 좋아할까? 봇에 맞춰 콘텐츠를 쪼개고 쪼개 꾸며내는 방식’은 잠깐은 통할 수 있어도 언젠간 드러나게 된다.
우리는 과거 역사를 통해 교훈을 배울 수 있다. SEO 역사를 봐도 이 방법이 잘못됐음을 알 수 있다. 당시 마케팅 업체들은 구글 알고리즘 맹점을 파고들어 단기간에 검색 순위를 끌어올린 최적화 해킹(꼼수)을 했다.
이를 블랙햇 SEO(Black Hat SEO)라고 부른다. 대표적으로 아래 3가지가 있었다.
1. 키워드 스터핑 (Keyword Stuffing, 본문 하단에 사용자 눈에는 보이지 않는 흰색 글씨로 핵심 키워드를 수천 번 반복해 적어두는 방식. 인간은 볼 수 없지만 구글 크롤러 봇은 이를 읽고 해당 키워드의 전문 사이트로 오인했다)
2. 클로킹 (Cloaking, 구글 봇이 접속했을 때 보여주는 화면(텍스트 위주의 최적화 페이지)과 실제 인간 사용자가 접속했을 때 보여주는 화면(광고나 도박 사이트 등)을 다르게 프로그램)
3. PBN 구축 (Private Blog Network, 도메인 권위(Domain Authority, DA)가 높지만 만료된 도메인을 수백 개 사들인 뒤, 프로그램(봇)을 돌려 서로가 서로를 링크하게 만드는 가짜 블로그 네트워크)
하지만 이런 편법은 오래가지 못했다.
수단(로봇 속이기)이 목적(좋은 정보 제공)을 집어삼키자 검색 생태계가 교란됐고, 결국 구글은 인공지능과 패턴 인식 기능을 결합한 펭귄 업데이트(Penguin Update)와 지속적인 스팸 업데이트로 보복에 나섰다.
구글은 패턴 분석을 통해 본문 맥락과 상관없이 CDN 서브도메인에서 대량으로 나오는 백링크의 가치를 순식간에 0점 처리했다. 이런 부정 백링크가 발견된 타깃 웹사이트들을 검색 결과에서 영구 제명(De-indexed)하는 강력한 페널티까지 부여했다.
단기간에 트래픽을 끌어올리려던 블랙햇 업체들과 클라이언트들은 순식간에 비즈니스가 파산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뭔가 AI 최적화된 글쓰기 비법, GEO 비법 등이 있다고 목놓아 외치는 작금의 상황과 비슷하지 않나.
내가 작성한 콘텐츠 별거 없었다.
‘광풍’처럼 한쪽으로 극단적이게 치우친 관점을 조금이나마 옮기고 싶어서 작성한 이번 콘텐츠. 나만의 관점과 생각을 넣기만 했다.
AI가 좋아한다는 3줄 요약, FAQ, 현란한 스키마 마크업, 언드미디어 백링크를 통한 도메인 권위 상승 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
각 잡고 만들 수 있었지만 그럴 생각도 필요도 없었다.
그렇다고 내 사이트의 도메인 지수가 높았나? 1년 반 넘게 방치된 콘텐츠 10개도 안되는 듣보잡 사이트다.
단지 내 경험(Experience)을 토대로 작성한 글이었다. 사람 독자가 반응했고 이를 AI 독자인 봇이 캐치해 시스템에 반영했을 뿐이다.
회사에서 AI 딸깍 사용해 편하게 대량생산으로 콘텐츠를 어떻게든 찍어내 편법으로 상위 노출시키려는 방향부터 바꾸자.
봇을 만족시키는 게 우선이 아니다. 인간을 만족시키면 봇도 만족한다.
수단(봇 속이기)이 목적(좋은 정보 제공)을 집어삼키게 방치하거나 주변에서 조장하지 말자.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명심하자. 구글이 말하는 본질도 이와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