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 문 닫은지 6년, 사업제휴 메일이 세 번이나 왔다 | 콘텐츠 마케팅과 진정성

정기적으로 스팸 메일함과 안 쓰는 메일함을 정리한다. 지난달 말에는 잊고 있던 튜브스쿨 메일함을 정리하는데 익숙한 회사 이름이 보였다.
보낸 곳은 강의플랫폼 1세대 클래스101. 크리에이터 파트너십 담당자가 보낸 메일이다. 제목은 이랬다.
“클래스101에서 튜브스쿨님과 함께 온라인 강의를 만들고 싶습니다!”
튜브스쿨은 6년 넘게 운영하지 않았다. 현재 회사를 들어오며 홈페이지도 모두 삭제하고 없앤 지 오래다.
메일 첫머리에 연락 경로가 적혀 있었다.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메일 보고 연락드립니다.”
6년 전 채널 정보란에 적어 둔 이메일 주소 한 줄. 그 한 줄이 아직 남아 있었다.

6년 만에 열어 본 메일함. ⓒ뱅커장
운영 중단한지 6년째, 클래스101에게 받은 메일 세 통
귀찮아서 답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메일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① 9월 22일. 첫 제안이 왔다. 유튜브 교육과 개인 브랜딩을 묶어 강의를 만들자는 내용이었다. 신사임당, 드로우앤드류 같은 크리에이터도 클래스101에서 강의를 연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다들 아직 살아있구나. 그런데 신사임담은 비즈니스PT 대표 주언규로 바꿨는데 업데이트 좀 해주시지. 클래스101 대표 주자였던 자청은 논란이 많아서 빠졌구나…’ 생각했다. 아무튼 추억의 이름들이다.
② 9월 26일. 두 번째 메일이 왔다. 바쁠까 봐 핵심만 다시 보낸다고 했다. 이번에도 답장하지 않았다.
③ 10월 7일. 세 번째 메일은 각도를 바꿨다. 유튜브 운영법을 가르치는 강의가 아닌 교육과 컨설팅을 어떻게 설계하는지 가르치는 강의로 제안을 줬다. 더 방치했다간 열심히 일하는 담당자 시간 낭비, 실적 낭비될듯해 답장했다.
“튜브스쿨은 사업 운영을 하지 않은지 6년이 넘어서요. 제안주신 유튜브 교육과 컨설팅 강의는 진행하기 힘들듯합니다.”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런데 머릿속에는 질문 하나가 남았다.
‘6년 동안 손을 놓은 채널을 왜 지금 찾았을까? 담당자는 6년이나 활동 없는걸 몰랐나? 몰랐다면 현재에도 워킹하는 콘텐츠라고 착각한 이유는 무엇이고 함께 협업할 만한 회사라고 마음이 움직인 이유는 무엇일까?’


클래스101이 9월부터 10월까지 보낸 강의 제안 메일 세 통과 회신. 담당자 정보는 가렸다. ⓒ뱅커장
클래스101이 본 것은 구독자 수가 아니었다
답은 첫 메일에 있었다.
“구독자 수나 인지도보다, 하나의 주제를 다른 사람에게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인지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담당자가 짚은 튜브스쿨의 특징도 같은 방향이었다. 처음 비즈니스 기획 당시 고민이 많았다. 기존 온라인 유튜브 강의에서 어떻게 다르게 포지셔닝을 해야 하나.
고민 끝에 초보자부터 사업가와 직장인까지 각자 목표에 맞춰 유튜브를 시작하고 키우도록 돕는 방식을 선택했다. 메일은 이 맞춤형 교육 방식이 인상 깊었다고 적었다.
국내 1위 유튜브 교육, 튜브스쿨은 어떤 곳이었나
튜브스쿨은 당시 국내 1위 유튜브 교육이었다. 프랜차이즈로 확장하자는 제안도 받았다.
과정은 기수제로 운영했다. 주 1회 4주짜리 베이직 과정과 어드밴스 과정을 1기, 2기, 3기로 이어 갔다. 수강생은 유튜브를 처음 켜 보는 사람부터 현업 직장인까지 다양했다. 온라인 강의로 찍어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내 교육 방향과 비즈니스 모델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강생도 아무나 받지 않았다. 허들을 일부러 높였다. 모두를 위한 교육은 결국 누구를 위한 교육도 되지 못한다.
허들 하나는 맥북이었다. 당시 맥을 쓰는 수강생은 윈도우를 쓰는 분보다 컴플레인이 적었고 지불 능력도 높았다.
그래서 맥북을 구매한 사람만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프리미어프로가 아닌 파이널컷프로를 가르쳤다. 20대도 70대도 기준은 같았다. 덕분에 인원은 적었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으로 엄선된 좋은 고객분들 덕분에 ROI가 높고 예상했던 월 순수익(천만 원 이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다.

튜브스쿨 수업 장면을 재구성한 이미지. ⓒ뱅커장
후기는 당시 네이버 블로그와 홈페이지에 쌓였다. 홈페이지를 닫으면서 그 글도 같이 사라졌다.
얼마 전 누군가 쓴 네이버 블로그 글을 봤다. 감사하게도 그 글에 튜브스쿨 홈페이지에 남겨진 수강 후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7년 전 수강생 후기가 말해 준 것
2019년 3월 12일에 올라온 후기다.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유튜브를 시작하려 했었는데 튜브스쿨을 듣고 난 후에는 자신감도 많이 생기고 어떤 식으로 가야 할지 도와주시니까 정말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앞선 기수 후기를 보고 바로 신청했다”
2019년 6월 29일 후기를 쓴 수강생은 1기와 2기 후기를 먼저 읽었다. 읽자마자 수강을 신청했다고 적었다.
1기 후기가 2기를 불렀다. 2기 후기가 3기를 불렀다.
“다른 두 강좌에서 실패하고 왔다”
당시 3기 단톡방에 긴 메시지가 올라왔다. LG디스플레이 OLED 사업부에서 일하는 수강생이었다. 그날 수업은 화소와 픽셀 단위, SD·HD·UHD·4K 같은 용어를 다뤘다.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사람이 그 설명이 쉬웠다고 했다. 그리고 한 줄을 더 붙였다.
“저는 심지어 튜브스쿨을 오기전에 이미 다른 두번의 강좌에서는 실패를 하고 왔습니다.”

튜브스쿨 수강 후기 일부. 작성자 정보는 가렸다. ⓒ뱅커장
수강생들에게 집중하고 싶어 친정 회사인 JTBC에서 유튜브 촬영을 온다고 했는데 수락하지 않았던 기억도 있다. 당시 유튜브는 지금의 AI처럼 광풍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했다면 스케일업이 돼서 잠깐은 좋았겠지만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진정성은 만든 사람이 붙이는 말이 아니다. 배운 사람이 남긴 기록이다.
대본하나 없이 자유롭게 진행된 튜브스쿨 수강 후기 중 일부. 진정성은 이런 과정에서 나온다.
회사에 들어오면서 사업을 접었다
튜브스쿨을 접은 이유는 단순하다. 결혼을 했고 회사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쉽지는 않았다. 튜브스쿨을 창업하고 운영하며 이미 많은 걸 배웠기 때문이다. 커리큘럼을 짜고 상품을 개발했다. 피드백을 반영해 상품을 업데이트하고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부터 사람들을 모았다. 수강생 한 명 한 명 마음을 터치해 자발적인 후기를 얻었다. 덕분에 앞 기수 후기가 다음 기수를 데려오는 과정을 직접 겪었다.
‘현장의 비즈니스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 남의 지갑에서 돈 쓰게 만들기는 매우 어려운 거구나…’
J커브는 못 그리는 사업이었기에 스타트업은 아니었지만 그때 처음 SMB(Small and Medium-sized Business) 소상공인의 힘듦을 몸으로 체험했다. 이때의 직, 간접적인 경험으로 얻은 게 참 많다.

내 회사 문은 닫았지만 배운 감각은 회사로 가져왔다. ⓒ뱅커장
그 경험은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나는 회사에서 직장인으로 일하지 않는다. 직업인으로 일한다.
직장인은 자리를 지킨다. 직업인은 고객 문제를 푼다. 보고서 한 장을 써도 이 일이 누구 문제를 푸는지부터 묻게 됐다.
최태원 회장 “20대로 돌아가면 무조건 창업”
얼마 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에 나왔다. 10월 12일부터 16일까지 닷새 동안 방송한 강연이다. 국내 기업인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건 처음이라고 한다.
20대로 돌아가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창업이라고 답했다.
“다시 20대가 된다면 저는 무조건 창업할 겁니다.”
반도체가 아니라고 했다. 물 부족, 탄소 배출, 식량 문제처럼 인류가 겪는 어려운 문제를 풀고 싶다고 했다. 대학 졸업장보다 실제 문제를 풀어 본 경험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거창한 목표 대신 손에 잡히는 작은 문제부터 풀라는 조언이었다.
공감한다. 창업을 해 보면 고객이 무엇에 지갑을 여는지 맨살로 배운다. 그 감각은 회사로 돌아와도 사라지지 않는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첫 직장인 분들이 기획한 신사업전략이나 제품 기획 시장에서 워킹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본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따뜻한 온실 속 회의실에서 기획한 머릿속과 현장은 다르기 때문이다. 내게는 튜브스쿨이 그 작은 문제였다.
▶️ 출처: [머니투데이, 최태원 “20대 돌아가면 무조건 창업..대학보다 문제해결 능력 중요”]
“자는 동안에도 돈 버는 콘텐츠”, 6년 전 그 말은 과했다
튜브스쿨을 운영하던 무렵 콘텐츠 마케팅을 이렇게 부르는 사람이 많았다. 무자본 창업. 온라인 건물주. 자고 있을 때도 돈이 벌리는 콘텐츠.
그 말은 과했다. 이후에 다른 성공팔이 강의팔이 사람들도 영상 몇 개 올려 두면 월세처럼 따박따박 돈이 들어온다는 기대를 팔았다. 그 기대를 믿고 시작했다가 정이 떨어진 사람도 많다. 콘텐츠 마케팅이라는 말 자체를 불신하게 된 사람도 생겼다.
지금은 말만 바뀌었다. AI로 콘텐츠 자동화한다고 말한다. 딸깍 한 번이면 돈 되는 블로그 글이 쏟아진다고 한다. 맥락은 6년 전과 비슷하다.
찍어낸 콘텐츠와 사람이 쓴 한 장. ⓒ뱅커장
마케팅 본질은 고객과 맺는 관계다
도구는 6년 사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래서 진정성이 더 중요해진다.
콘텐츠 마케팅에서 진정성은 감성팔이용 문구가 아니다. 고객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일이다. 넓게 보면 마케팅 본질이 원래 그렇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1954년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에서 기업의 목적을 하나로 정리했다. 고객을 창출하는 일이다. 그는 기업이 하는 일 가운데 성과를 내는 기능은 마케팅과 혁신 두 가지뿐이라고 봤다. 참고로 여기에서 말하는 마케팅은 우리가 지금 하는 홍보나 PR이 아닌 진짜 마케팅을 말한다.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 필립 코틀러는 『마케팅 원리(Principles of Marketing)』에서 마케팅을 이렇게 정의한다.
“고객을 위해 가치를 만들고, 고객과 튼튼한 관계를 쌓고, 그 대가로 고객에게서 가치를 얻는 과정이다.” ▶️ 출처: [Process Excellence Network, Peter Drucker on sales and marketing]
두 사람 모두 같은 곳을 가리킨다. 고객이다. 고객과 맺는 관계다.

마케팅은 고객과 맺는 관계에서 시작한다. ⓒ뱅커장
온라인 건물주라는 말을 뜯어보면 고객이 없다. 세입자만 있다. AI 자동화 콘텐츠도 고객을 빼고 말하면 똑같은 길을 갈 거다. 회사 문 닫은지 6년이 넘은 튜브스쿨에게 연락이 온건 콘텐츠가 대신 일해서가 아니다. 그때 맺은 고객과의 관계가 아직 끝나지 않아서다. 콘텐츠는 관계를 남긴다. 그게 진짜 콘텐츠 마케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