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가장 많이 인용한 언론사는? | 6개월간 세 번이나 바뀐 GEO 1위 간판

이틀 전 SNS를 내리다 아래 기사를 봤다. “검색 AI가 가장 많이 인용한 국내 언론은 연합뉴스.” 내가 기자로 근무했던 회사가 언급돼서 더 눈에 들어왔나 보다. 그런데 어디서 본 문장이다. 맞다. 한 달 전에는 매일경제가 자기들이 1위라며 기사를 썼다. 6개월 전에는 한국경제가 자기들이 1위라고 썼다.
사실 6개월 전 처음 한경 기사를 봤을 땐 ‘그러려니~’ 했다. GEO(생성형 엔진 최적화)가 한국에서 막 이름을 얻던 시장 초기였기 때문이다.다들 자기들만의 기준으로 재고 있었으니 숫자가 들쭉날쭉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6개월이나 지났다. 반년이 지났다면 업계가 자정할 시간은 충분히 지났다.
현재 GEO 시장은 10여 년 전 네이버 상위 노출시켜주겠다던 검증되지 않은 업자들이 난립한 블로그마케팅 초기 SEO 시절과 비슷하다는 평이 많다. 누구나 바이브 코딩으로 ‘딸깍!’ 측정 툴을 그럴듯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홍수시대는 물은 많지만 정작 마실 물은 희소한 시대다. 만약 누군가 흙탕물도 정수기 물처럼 마실 수 있다고 말한다면 어떨까. 처음에는 ‘뭐 저런 이상한 사람이 있어?’ 생각할 거다. 그런데 계속해서 주장하고 언론에도 반복해서 나오는 걸 듣다 보면 ‘정말 그런가? 흙탕물 마셔도 되나 봐!’까지 착각이 확장될 수 있다.
이렇게 잘못된 정보가 진짜처럼 방치되면 결국 내 업무까지 영향이 있을듯해(가끔 윗분들이 GEO나 마케팅 관련 이상한 주장이 담긴 기사를 보고 뭐가 맞는지 물어보신다. 그러면 판단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 이해하기 쉽게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귀찮은 일들이 생긴다…) 이를 방지할 겸 기록해 본다.


“AI가 가장 많이 인용한 언론”, 6개월간 세 번이나 바뀌었다
국밥집 골목을 걸으면 간판마다 ‘원조’가 붙어있다. 다들 원조란다. 창업 연도를 기준으로 원조를 내세우는 집도 있고, 조리법을 기준으로 삼는 집도 있고, 손님 줄을 기준으로 삼는 집도 있다. 다 원조라고 하니 나 같은 손님은 뭘 믿어야 할지 헷갈린다. (나는 나이 많은 할머니 그려져 있는 곳으로 가곤 한다)
현재 GEO 업계가 딱 이 골목과 같다.
26년 4월, 한국경제는 GEO Alliance Study 결과를 근거로 자사가 GEO에서 강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PR·GEO 컨설팅사 세 곳(에스코토스컨설팅·해일로엑스·메시지하우스)이 만든 GEO Alliance가 챗GPT·제미나이·퍼플렉시티 세 엔진에 27개 기업 브랜드, 9개 산업, 프롬프트 6종을 각 5회씩 돌려 나온 인용 3967건을 분석한 결과다.
산업별 1위 매체를 세어보면 한국경제가 9개 산업 중 5개(반도체·서비스/플랫폼·헬스케어·금융/은행·2차전지)에서 1위였고, 조선일보가 3개(K-뷰티·식품/음료·자동차), 매일경제가 1개(e-커머스/유통)에서 1위였다.
그런데 정작 이 연구가 첫머리에 적은 핵심 발견은 “한경이 1등”이 아니라 “AI는 소수의 언론에 집중 의존한다”였다.
상위 3개 매체(한경·조선일보·매경)가 전체 인용의 35.6%를 차지하는 쏠림을, 연구자는 자랑거리가 아니라 문제로 짚었다. 그 연구를 인용한 한경이 제목과 내용을 “우리 한경이 1등!”이라는 한 줄로 바뀌는 사이, 원래 문제의식은 사라졌다.

8월엔 매일경제였다. 함샤우트글로벌 AI연구소와 딜라이트커뮤니케이션이 공동으로 낸 ‘AIBA AI 인용지수 리포트’ 7월호를 근거로 들었다.
6개 부문 30개 산업군에 걸쳐 챗GPT(GPT-5.4 웹 검색)·제미나이(2.5 Flash 그라운딩)·퍼플렉시티(sonar)에 질문 1616개를 던지고, 거기서 나온 답변 4848건에서 인용 출처 2만9085건을 분석했다는 조사다.
언론 인용 1위는 매일경제(4.6%)였고, 2위 한국경제(4.2%), 3위 중앙일보(3.1%)가 뒤를 이었다. 매경과 한경 차이는 0.4%포인트였다.

9월엔 연합뉴스였다. 홈페이지 제작업체에서 GEO 회사로 바꾼 블루닷에이아이가 미디어오늘 행사에서 발표한 자료다.
“여러 분야 뉴스를 추천해달라”는 타 회사들 대비 훨씬 느슨한 추천형 질문으로 답변 속 출처를 분석했다. 연합뉴스가 378건, 32.7%로 국내 언론사 중 1위였다는 결과다.
한경·매경 사례와 달리 블루닷에이아이는 방법론 전체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아 상세한 건 알 수 없었다.


세 매체 모두 “우리가 GEO에서 제일 많이 인용된다!”고 기사로 말했다. 셋 다 나름의 근거가 있다. 문제는 세 근거가 애초에 같은 걸 재지 않았다는 데 있다.
GEO 인용 순위, 심사 기준이 다르다
세 조사는 조사기관도, 질문 수도, 기간도 다르다. 더 중요한 차이는 따로 있다. 외부로 광파는 숫자가 아닌 비즈니스 성장에 기여하는 GEO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프롬프트 설계다. 그런데 다들 애초에 던진 질문 자체가 다르다.
한경 조사는 “이 기업 브랜드에 대해 알려줘”식의 기업 정보 질문을 재현했다. 27개 브랜드에 프롬프트 6종을 3개 엔진 × 5회씩 돌린, 브랜드명이 들어간 질문이다.
매경 조사는 정반대다. 브랜드명을 아예 빼고 산업당 40개씩 30개 산업에 걸쳐 정보 탐색형(?) 질문이라고 정의한 질문 1200개를 던졌다(전체 고정 질문은 브랜드 질문까지 합쳐 1616개).
블루닷에이아이 조사는 “여러 분야 뉴스를 추천해달라”는 훨씬 느슨한 추천형 질문으로 답변을 모았다. 질문 수도 공개하지 않았다.
같은 언론사가 질문 설계에 따라 얼마나 다른 성적을 받는지는 연합뉴스가 보여준다. AIBA 8월 조사(산업 정보 질문)에서 연합뉴스는 173건, 2.3%로 5위였다. 블루닷에이아이 조사(뉴스 추천 질문)에서는 같은 언론사가 32.7%로 1위였다. 질문을 바꾸니 5위가 1위가 됐다.
AIBA 리포트 스스로도 이 불안정성을 인정하며 이렇게 말한다.
“언론은 매체별 기사 발행량과 보도 이슈에 따라 인용량이 달라져 순위와 점유율이 매월 바뀔 수 있으므로, 월간 등락보다는 어떤 성격의 매체가 꾸준히 인용되는지 읽는 용도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세 조사가 다른 걸 재고 있으니, 세 매체는 각자 다른 대회에서 하나씩 우승한 셈이다. 그런데 보도는 세 우승을 다 같은 왕관인 것처럼 “우리가 GEO 1위”라고 부른다.
지난번 GEO 측정 방식을 다룬 글 ‘우리가 진짜 사용자처럼 측정한다ㅣGEO 프롬프트 측정방식의 두 얼굴’에서 말했듯, 같은 모델에 같은 프롬프트를 몇 분 간격으로 두 번 돌려도 인용 도메인이 겹치는 비율은 40%에 그친다는 연구도 있다.
질문 종류, 산업군, 조사 시점 가운데 하나만 바뀌어도 등수는 통째로 바뀔 수 있다.
AI 인용 지수 1등, 뜯어보면 초라하다
한경이 이긴 5개 산업도 자세히 보면 근소했다. 반도체에서 한경(85건)과 조선일보(82건)는 3건 차이였고, K-뷰티는 조선일보(67건)와 한경(67건)이 동률이었다. 상위 3개 매체를 다 합쳐도 전체 인용의 35.6%였다.
매경 쪽 조사는 격차가 더 좁다. 7월 회차 기준 1위 매경(4.6%)과 2위 한경(4.2%)은 0.4%포인트 차이, 3위 중앙일보(3.1%)까지 셋을 합쳐도 11.8%다.
그런데 다음 달인 8월 회차에서는 매경(4.9%)과 한경(3.8%) 격차가 1.1%포인트로 다시 벌어졌다. 순위는 그대로였지만 격차 폭은 한 달 새 세 배 가까이 바뀌었다. 정기 조사조차 그 순간의 스냅샷일 뿐, 고정된 서열이 아니라는 뜻이다.
상위 15개 매체를 다 합쳐도 전체 언론 인용 가운데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1등 자리가 생각보다 좁은 파이 안에 있고, 그 파이 안에서도 1위와 2위 차이는 반올림 오차 수준이다.

같은 GEO Alliance 조사는 다른 흥미로운 사실도 보여준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194건)보다 한미반도체(239건)가 AI에 더 많이 인용됐고, 시장점유율 1위 쿠팡(111건)보다 이마트·SSG(247건)가 2.2배 더 인용됐다.
인용량은 실력이나 시장 지위가 아니라, 어떤 도메인이 얼마나 자주 보도됐는지에 좌우된다는 뜻이다.

영국에서 나온 조사 하나도 곱씹을 만하다. 공공정책연구소(IPPR)가 챗GPT·제미나이·구글 AI Overviews·퍼플렉시티 네 개 AI 도구에 무작위 뉴스 질문 100개를 던져 출처 링크 2500여 개를 분석했더니, 챗GPT와 제미나이는 BBC를 한 번도 인용하지 않았다.
BBC가 AI 기업의 콘텐츠 무단 사용을 막고 법적 조치를 경고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픈AI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파이낸셜타임스, AP, 가디언은 인용 상위권을 차지했다. 인용 순위는 기사 품질만큼이나, 누가 AI 기업과 계약을 맺었는지에 좌우된다.

GEO 1등 경쟁이 부메랑이 되는 이유
언론사 입장도 이해는 간다. “우리가 AI에게 가장 많이 선택받는 매체”라는 문장은 광고주에게, 독자에게 매력적이다. 콘텐츠 파트너십을 딸 때도, 몸값을 매길 때도 쓸모 있는 숫자다.
현재 돈 받고 써주는 유가기사는 한개당 20~30만원 정도로 형성됐다. 시장은 그 실효성에 효과를 의심했고 파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GEO라는 신규 시장에 언론사가 쓴 기사가 과거 PBN(Private Blog Network) 백링크 만들었던 것처럼 언급, 인용, 추천을 높이는 데 도움 된다니 눈이 번쩍 한 거다.
제로 클릭으로 트래픽이 줄어 광고 수익이 악화되는 찰나 수익화로 이어지는 새로운 길이 눈에 보이니 언론사는 홍보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거다.
GEO Alliance 조사처럼 방법론이 꽤 탄탄한 연구도 다르지 않다. 연구가 부실해서 문제가 아니다. 보도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연구의 결(방법론, 한계, 원래 문제의식)이 지워지고 “우리가 1등”이라는 결론만 남는 게 문제다.
이 결론만 소비되면 다음 매체도 똑같이 한다. 그다음 매체도 마찬가지다. 6개월 사이 세 번 반복된 패턴이 그 증거다.
이 패턴이 계속되면 결과는 뻔하다. 광고주와 마케터가 “GEO 인용 1위”라는 문구 자체를 믿지 않는다. 실제로 인용을 잘 받는 매체조차 같은 취급을 받는다. 부메랑은 결국 업계 전체로 돌아온다.
이 보고서들을 만든 곳에도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런 분석 리포트를 작성하는 회사들은 모두 GEO를 팔아야 하는 마케팅·컨설팅 회사다. 대부분 직원 10명 안팎의 작은 회사다. 이름이 알려져야 리드가 생기고 다음 계약도 딸 수 있으니 회사 입장에서 보고서를 통해 언론 노출을 원하는 마음은 이해한다.
그래도 방법론은 숨기면 안 된다. 어떤 질문을 어떤 방식으로 몇 개 던졌는지, 어떤 모델을 썼는지, 조사 기간이 며칠인지는 감출 이유가 없다.
방법론 없이 결론만 내놓거나, 결론을 내놓아도 언론사나 담당 기자가 지식이 부족해 이상하게 앞뒤 잘라 기사를 발행한다면 막아야 한다.
가뜩이나 신뢰도 낮은 언론사의 후광 효과를 받아 소스로 제공한 회사들까지 함께 신뢰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정말 그럴까? 최근 연합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알 수 있다.

GEO 인용 순위 기사, 마케터가 확인해야 할 3가지
인하우스 마케터나 담당자라면 “AI가 우리를 가장 많이 인용하니 우리에게 돈을 써라”는 맥락이 담긴 기사를 봤을 때 부화뇌동하지 말고 이 정도는 체크하자.
① 조사기관이 어디고, 그 기관이 GEO 측정 도구를 같이 팔고 있진 않은지.
② 어떤 AI 모델에, 어떤 질문을, 몇 개나 던졌는지. 기업 정보 질문인지, 산업 정보 질문인지, 뉴스 추천 질문인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③ 조사 기간이 하루인가, 한 달인가, 반복 측정인가.
이중 절반만 막혀도 ‘GEO 1위’라는 문구는 보도자료가 아니라 믿고 거르는 ‘믿거’ 광고 카피로 읽어야 한다.
원조 간판을 걸겠다면, 최소한 무슨 기준으로 원조인지는 적어야 한다. 창업 연도인지, 조리법인지, 손님 줄인지. 기준 없이 ‘원조’만 크게 써 붙이면, 그 골목 간판은 결국 다 같은 색으로 바랜다.
GEO 업계가 서로 노력해서 최소한 국밥집보단 괜찮은 수준으로 올라가길, 그래서 내가 보고서 쓰는 일도 줄어들길 소망한다.
+ 2026.09.16, 매일경제에서 기사로 작성한 리포트에 나온 함샤우트글로벌 AI연구소 본부장님 링크드인 댓글 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