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권씩 마케팅 책이 출간되는 시대다. 국제표준도서번호인 ISBN이 없는 전자책, 개인이 블로그나 게시판에 올리는 내용까지 마케팅 정보가 담긴 책이라고 범위를 넓히면 어떻게 될까. 마케팅 책은 무어의 법칙(Moore’s Law)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책이 많아지니 마케팅 책 추천도 많아졌다. 덕분에 개인이나 기업이 과거보다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을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지금은 비즈니스에 도움 되는 진짜 마케팅 정보가 담긴 책 찾기가 더욱 희소해진 시대다. 물은 많지만 정작 마실 물은 희소한 홍수 시대처럼.
마케팅 책 추천과 마케팅 뜻
마케팅은 인생과 같은 단어라 사람마다 정의가 다양하다.
나는 외부 강의나 회사 내부 교육시 마케팅을 무협지에 나오는 정파와 사파로 비유해 설명한다. 참석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정파에는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 박사님과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박사님이 계신다. 나는 이 대가들이 말하는 마케팅 본질에 대한 개념을 가르치고 실무에 적용하고 있다.
참고로 피터 드러커가 말한 마케팅은 세일즈나 프로모션이 아니다. 지금은 광고(Advertising)나 PR(Public Relations)을 마케팅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드러커 활동 당시에는 마케팅을 세일즈 프로모션(Sales Promotion)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에 대해 드러커는 일침을 놓으며 지금까지 회자되는 다양한 인사이트 가득한 말을 하며 비즈니스를 성장시켰고 전세계적 경영학의 구루로 알려지게 됐다.
그중 몇 가지만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대가들이 말한 마케팅은 세일즈나 프로모션 수준이 아니다. 마케팅은 그보다 상위 개념인 비즈니스와 동일한 층위와 수준에서 이해하고 접근해야 효과가 있다.
드러커 생전 당시 마케팅에 대해 제대로 된 이해 없이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는 성장과 매출, 순이익에서 큰 차이가 났다. 하물며 우리가 살고 있는 다매체, 다채널 시대인 2024년은 어떨까.
대량 생산, 대량 판매 공식이 더 이상 먹히지 않고 분초(分秒) 사회를 살며 취향이 더욱 세분화되고 쪼개진 지금 시대. AI가 일상화되는 다가올 시대는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마케팅이 사업 성과를 판가름할 거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케팅 책 추천과 인지편향
‘00 마케팅’이라는 신조어는 끊임없이 나온다. 예를 들어 가장 널리 알려진 이메일 마케팅을 살펴보자. 정파 마케팅 관점에서 이메일 마케팅이라는 말은 틀렸다. 이메일이라는 툴을 활용할 뿐이다. 같은 이메일 범주에 있어도 콘텐츠가 광고냐 PR이냐에 따라 이메일은 포지션이 달라진다. 보통은 디엠 광고(DM Advertising)다. 유튜브 마케팅, 인스타그램 마케팅, 릴스 마케팅, 틱톡 마케팅, 팬덤 마케팅, 커뮤니티 마케팅, 애자일 마케팅, 오거닉 마케팅 등 모두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러 목적과 상황으로 인해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나는 이를 블랭크의 페이스북 마약 베개 광고처럼 치고 빠지는 단타 관점의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사파 마케팅이라 부른다. 사파 마케팅은 문제 생길 때마다 브랜드 폐기하고 새로 만들어 론칭하면 지속 가능(?)하다. 전략적으로 그렇게 하는 기업들도 많다. 관여도가 낮은 소비재 기업에서 종종 보인다. 물론 그 끝은 십중팔구 SNS 믿거템(믿고 거르는 최악의 아이템) 꼬리표 딱지로 전락한다.
대중 입장에선 정파 보다 사파 마케팅에 현혹되기 쉽다. ‘인지 편향’과 ‘휴리스틱’ 때문이다. 인지편향(Cognitive bias)은 사람들이 사고의 무의식적 오류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하는 일을 말한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인지 편향은 우리가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할 때 경험에 의한 비논리적 추론 때문인데 이를 휴리스틱이라고도 말한다. 휴리스틱(Heuristics)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확률을 평가하고 값을 예측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참고로 인지 편향의 이론적 원인은 다음과 같다.
- 가용성 휴리스틱: 기억에 의존해 가능성을 추정하는 일. 생생하거나, 특이하거나, 감정적인 기억 쪽으로 편향됨.
- 대표성 휴리스틱: 유사성에 기반해 확률을 판단하는 일.
- 경험적 휴리스틱: 위험과 편익의 계산보다 개인 경험에 기반한 의사 결정.
그렇다면 공급자에선 어떨까. 공급자가 전략적 사고를 쓴다는 가정하에 ‘00 마케팅’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주된 이유는 뭘까.
대중에게 강의를 지속적으로 팔아야 생계가 유지되는 강의팔이, 클라이언트에게 일감을 따야 하는 컨설팅 업체 or 에이전시 사람들은 휴리스틱에 따른 인지 편향을 사용해야 새로운 트렌드처럼 보여 돈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자 관점에선 개인이나 기업에게 새롭게 보여야 강의나 책이 팔려 돈 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00 마케팅’은 끊이지 않을 거다.
이들이 단어를 새롭게 만드는 이유는 뭘까. 뭔가 있어 보이려는 이유 때문일까. 가장 큰 이유는 정의를 통해 사람들의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를 쉽게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단어나 개념을 듣게 되면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내가 알지 못하는 뭔가 마법 같은 새로운 비법이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내가 발견한 이 비법을 남들이 알기 전에 빨리 습득해야 경쟁에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걸 놓치면 낙오될 수 있다는 생존 불안감까지 마음에 심어진다. 무림의 숨겨진 절세 무공이 담긴 비급을 찾아 나서는 강호 무림인들처럼 결국 그들을 맹신하며 따라가게 된다.
이는 마치 ‘00 저널리즘’과도 동일한 맥락이다. 마케팅처럼 저널리즘도 큰 틀 안에 다양한 방법론이 있는 건데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국내에 판매하기 좋아하는 얼리어답터들은 뭔가 새로운 게 있는 것처럼 이를 ‘00 저널리즘’으로 포장해 세일즈 한다.
이들은 실제 필드에서 제대로 된 성과 한번 내본 적 없으면서 해외 사례만 그럴듯하게 번역해 번지르르하게 말만 잘한다. 이들과 함께 일해본 업계 전문가들은 그 실체를 잘 알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말하지 않는다.
결국 피해는 새로운 걸 시도해 보려는 적극적인 후발 회사나 꿈 많은 실무자들이다. 다행히(?) 언론 산업은 침몰해가는 사양 산업이라 대중에게 큰 문제가 발생하진 않는다는 점이 작은 위안이랄까.
최근 삼성전자에서 비상경영 선포하며 모든 삼성 계열사 임원 ‘주 6일 근무’ 권고 지침이 내려와서 이슈가 됐다. 이러다 ‘주6일 저널리즘’, ‘주6일 마케팅’까지 나올 판이다. (오! 그럴듯하다)
마케팅 책 추천
작년에 출간 전인 마케팅 책 마케팅 플랜 핸드북 피드백을 드렸다. 역자와는 일면식도 관계도 없는 사이였지만 책 저자가 필립 코틀러 박사님과 같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근무하는 알렉산더 체르네프 교수였기 때문이다.
초판 번역본이 매우 아쉬워서 이메일로 몇 가지 부분을 말씀드렸다. 한국 상황과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추천서까지는 안 써드렸는데 역자 서문에 아래와 같이 감사의 말을 남겨주셨다.
이 책은 약간은 따분할 수 있는 책이라 마케팅 초보자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케팅을 직, 간접적인 업으로 삼고 있는 분이라면 지식의 확장 측면에서 마케팅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고, 인사이트를 느낄 수 있는 추천할 만한 마케팅 책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마케팅을 하거나, 하고 있다면 피터 드러커 박사님의 말을 잊지 말자.
“마케팅의 목적은 고객을 너무나도 잘 알고 이해해 제품이나 서비스가 저절로 팔려나가도록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