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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커장ㅣ장주영

안정적인 은행처럼 꾸준히 돈 벌 수 있는 콘텐츠 마케팅 전략을 연구하고 실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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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병이라는 말이 있다. 윤순봉 전 삼성서울병원 사장(68)이 30년 전 쓴 책 ‘대기업병’에서 “기업이 시대 변화에 뒤처지고 낡다 보면 대기업병이 찾아온다”라고 정의한 단어다. 대기업병은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대로 떨어지며 혁신의 삼성이 삼무원(삼성전자+공무원)이라 불리며 무너지고 있기에 다시금 주목받은 단어다.

    삼성 대기업병의 유래

    24년 3월 일본 닛케이 신문은 ‘삼성전자와 한국 경제’라는 특집 기사 2편을 썼다.

    닛케이신문-삼성대기업병

    니혼게이자이(日本経済)는 ‘일본 경제’의 일본식 발음이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일본경제신문’ 정도. 한국에서 한국경제신문을 줄여서 한경이라고 부르듯 일본에서도 이 신문의 이름을 줄여 닛케이(日経, にっけい, 일경)라 부른다 ⓒ닛케이 신문

    개인 경험상 삼성 광고를 많이 받는 한국 언론은 광고주님인 삼성에 대해 부정적 기사를 쓰기 어렵다. 삼성이 관리하는 메이저 언론사가 단 하나의 기사만 잘못(?) 쓰면 삼성 홍보실 담당자가 전화한다. 안 받으면 부장, 국장님에게 다이렉트로 전화한다.

    8년 전 연합뉴스 기자 시절이다. 삼성의 QLED TV가 LG와 달리 진짜 QLED가 아니라는 기사를 쓴 적 있다. 패널 전문가 업계와 커뮤니티에서 다들 문제라 여겼던 내용인데 아무도 이에 대한 기사를 쓰지 않았다.

    때마침 삼성전자 사장이 주최하는 QLED 기자 초청 간담회 행사가 있었다. 나는 현장에서 이 문제를 가볍게 질문했고 관련 기사를 썼다.

    퇴근하려고 하는데 삼성전자 홍보실 담당자가 전화를 했다.  “인터넷신문도 아니고 언론사들의 언론사인 메이저 연합뉴스에서 이렇게 쓰시면 어떡합니까. 기자님, 저희 죽습니다. 살려주십쇼…”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문제 아니던가. 내용이 그리 딥하지 않았고 부장님 데스킹도 거쳤다. 삼성과 내가 모두 타협할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해 기사 수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약 1시간 후 부장님이 방으로 나를 불렀다. 삼성 홍보실 높은 분이 국장님에게 전화를 해 어쩔 수 없이 기사 수정을 진행해야겠다고 말했다. ▶️기사 읽기

    기사 송고 전 부장님 컨펌 다 받고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아 송고했는데 결국 기사와 영상을 강제 수정당했다. 이후 좌천 아닌 좌천을 당해 IT에서 식품 쪽으로 출입처를 강제로 바꿨던 기억이 있다.

    이때였던 거 같다. 조직에서 ‘직업인’ 타이틀 기자는 더 이상 할 수 없겠다 결정한 때가. ‘저널리즘’ 운운하지 않더라도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진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이해도 됐다. mbc때도 그랬고 연합뉴스도 언론인이라면 들어가고 싶어 하는 안정적 회사 중 한 곳이다. 정규직 기자 포지션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했다.

    연합뉴스 장주영 기자, 짱기자

    8년 전 혼자 기사 쓰고, 카메라 들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1인 시스템을 진행했다. 지금도 이렇게 진행하는 기자는 흔치 않다. 4명 분량(취재기자, 카메라기자, 편집기자, 디자인)을 혼자하니 부장님은 참 좋아하셨다. 반면 경쟁 회사나 타사 기자들은 관행처럼 여겼던 출입처를 파괴한다며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가만히 출입처 보도자료 받아쓰는 일만 하는 자신들과 비교될 수 있기에) ⓒ연합뉴스

    아마 나처럼 일본 닛케이 신문 기자도 삼성전자 관련 기사를 발행하고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쨌든 기자는 실제 삼성 직원 인터뷰 사례를 들어 아래와 같이 말한다.

    “개선안의 선례가 있나? 없다면 결재하지 않겠네.”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개발(R&D) 부서에 근무하는 30대 직원이 지난 가을 상사에게 반도체 수율 개선안을 제출했을 때 들었다는 말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3월 도전하지 않는 삼성전자 문화를 신랄하게 보도했다.

    이 직원은 “선례가 없기 때문에 시도하고 싶었다”고 호소했지만, 이 제안은 결국 거절됐다.

    그는 “삼성전자에서는 최고의 급여가 보장되지만, 최근 수년간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니혼게이자이가 지적한 삼성전자 부진의 원인은 단기 성과주의다. 삼성전자에서 상무 이상급 임원 임기는 1년이다. 짧은 기간 성과를 내지 않으면 재계약이 어렵다.

    임원은 자연스럽게 장기 프로젝트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출세 경쟁 속에서 임원은 단기 성과를 요구하고, 이 때문에 현장 엔지니어가 진득이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문화에 지쳐 경쟁사인 SK하이닉스로 전직하는 엔지니어도 적지 않았다.

    실패를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만년 2위였던 SK하이닉스로서는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 차이는 인공지능(AI) 핵심 반도체로 꼽히는 고대역 메모리(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가 앞서나가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 국내 반도체장비 협력사 임원은 “SK하이닉스는 협력사 얘기를 들어주고 협업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으려고 노력하는데, 삼성전자는 ‘전례가 없다’ ‘구체적인 안을 가져오라’는 식으로 일단 손사래를 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삼성대기업병

    당시 기사를 읽고 관련 글을 작성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에서 ‘삼성 대기업병’을 검색하거나 ▶️링크를 클릭하면 된다.

    대기업병과 퍼플카우 정신

    살아있는 세계적 마케팅 구루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미국의 세스 고딘(Seth W. Godin)은 다양한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한다.

    특히 20년 전 쓴 ▶️퍼플카우(Purple Cow, 한국어로는 보랏빛 소가 온다로 번역)는 글로벌리 30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이 책에서 그는 말한다. 더 이상 그저 그런 제품으로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고 지나가다 돌아볼만한(Remarkable) 보랏빛 소가 되어야 한다고.

    우리가 왜 리마커블해야 하는지, 무엇이 리마커블한 건지, 어떻게 하면 리마커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일부 내용을 발췌해 본다.

    퍼플카우-세스고딘-보랏빛소가온다

    [새로운 개념 정의]

    리마커블(Remarkable): 고객이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고,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고, 예외적이고, 새롭고 흥미진진한다. 한마디로 보랏빛 소. 따분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건 누런 소와 같다.

    리마커블 마케팅: 마케팅한답시고 막판 눈가림으로 덕지덕지 바르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주목할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기술. 상품 자체가 리마커블하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

    마케팅 부서: 완성 직전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져다 그것의 장점을 목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 돈을 쓰는 집단.

    이런 방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나는 우리가 대중을 향해 직접 마케팅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상품이 눈에 띄지 않는 세상이다. 지난 20년 동안 선견지명이 있는 경제경영 분야 저술가들은 마케팅의 힘이 달라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마케터들은 그 주장을 토의하고 부분적으로 적용하기도 했지만, 낡은 마케팅 전략의 본질만은 그대로 유지했다. 그런 전통적인 방법은 이제 쓸모없다.

    과거 100년 동안의 마케팅 이론은 그 수명이 다했다. 대안적인 방법은 신기해서 몇 번 시도하고 말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이 길 말고 다른 대안은 없다.

    이 책은 왜 당신이 만드는 모든 것이 ‘퍼플 카우’여야 하는지, 매스 미디어가 왜 비밀 무기가 되지 못하는지, 마케터의 사명이 완전히 달라진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려줄 것이다.

    광고는 집어치우고 혁신을 시작하라!

    [무엇이 통하는가?]

    위대한 이론을 정립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성공한 사례들을 분석한 다음, 그 사례 간에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마케팅에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혼란스럽기만 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성공한 업체들을 따라 하다가는 백미러 보며 운전하는 꼴이 되기 쉽다.

    물론 과거에는 통했던 방법이지만, 그것이 미래에도 그럴 것인지 누가 알 수 있을까?

    성공한 기업들 사이에 공통으로 발견되는 사실은 이들 사이에 아무런 공통점도 없다는 것이다. 성공한 기업들은 별종이다.

    그들은 극단에 있다. 극도로 빠르거나 극도로 느리다. 엄청나게 비싸거나 엄청나게 싸다. 무지하게 크거나 무지하게 작다.

    앞서 나간 기업을 따라 하기가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리마커블한 무언가를 했기 때문에 앞서 나갔다.

    그런데 그 리마커블한 방법은 이미 누군가가 사용했고, 당신이 그것을 따라 할 때는 이미 리마커블하지 않다.

    [인지도가 다는 아니다]

    낡은 마케팅 이론의 오랜 수호자라면 TV 광고의 위력을 옹호할 것이다. 그들은 과거의 성공담을 신나게 늘어놓으면서, 새로운 제품을 알리고 기존 제품 판매를 유지하는 데 TV만 한 것은 없다고 큰소리친다.

    그러나 코카콜라 부활의 주역이었던 마케팅 전문가 서지오 자이먼(Sergio Zyman)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는 2개의 코카콜라 TV 광고가 단 1병의 콜라도 더 팔지 못했다”고 혹평한 바 있다.

    그런 광고들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시선도 끌지만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서지오의 말을 빌리자면 “케이마트(Kmart)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어떻다는 말인가?”

    [위험한 길이 안전한 길이다]

    나는 리마커블한 아이디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의 사업에는 성공할 기회가 아주 많다. 부족한 건 아이디어가 아니다. 그런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위험한 길이 오히려 안전한 길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싶다. 내 목표는 독자들이 정말로 놀랄 만한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하는 것이다.

    낡은 방법이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제 남은 것은 얘기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길밖에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굉장한 아이디어를 내놓을 능력이 없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해도 별 볼 일 없는 아이디어와 탁월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분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등 변명거리를 늘어놓는다.

    [사례 연구:타이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떤 제품의 미래가 리마커블한 것 같지 않을 때(사람들이 다시 한번 그 제품에 열광하는 일이 벌어질 것 같지 않을 때)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죽어가는 제품에 투자하지 말고, 거기서 챙긴 이익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투자하라.

    [커다란 오해]

    아이디어 바이러스가 가끔은 운이 좋아서 퍼지기도 하지만, 절대 다수 제품의 성공 스토리는 애초부터 성공할 수밖에 없도록 잘 설계되어 있다.

    탈 TV 시대의 마케팅은 설계와 생산이 이미 끝난 제품을 매력적이거나 재미있게 만드는 게 아니다. 처음부터 아이디어 바이러스가 될 만한 제품을 설계하는 것이다.

    캐즘을 뛰어넘도록 설계된 제품이 그렇지 못한 제품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얘기할 만한 가치가 있는 서비스가 실제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광고를 자주 하기 위해 당신이 들였던 노력과 돈은 이제 거듭되는 설계 비용과 제품 실패를 감당하는 데 쓰여야 한다.

    마케팅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시간이 걸리고 비싸졌다. 전체 과정에서 전보다 일찍 돈을 쓰게 됐다(그리고 그 과정을 더 자주 반복하게 됐다)

    나는 이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퍼플카우는 값싼 지름길이 아니다. 그러나 성장을 위한 최고의 전략이다.

    퍼플카우 전략은 싸지 않지만 통한다. 슈퍼볼 경기 때 광고를 하는 것보다 퍼플카우에 투자하는 게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이라는 사실을 명심해라.

    [누가 귀를 기울이는가?]

    광고가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다. 과거처럼 효과가 강력하지 않고, 비용 대비 효율이 높지 않을지 모르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매출을 일으키기도 한다.

    목표 시장이 뚜렷한 광고는 비용 대비 효율이 훨씬 높은데, 문제는 대부분의 광고와 마케팅 활동의 목표 시장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마치 허리케인처럼 전체 시장을 획일적으로 가로지르며, 소비자 개개인의 특성이나 욕구를 고려하지 않고, 모두 같은 방법으로 다가간다. 이런 방법은 광고는 효과가 없다고 단언할 수도 있을 만큼의 엄청난 낭비다.

    물론 가끔은 이 허리케인 덕분에 곡선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해야 하는 고생스러운 작업을 건너뛰기도 한다. 가끔은 시장 전체가 무언가 필요로 하고, 또 그 사실을 알고 기꺼이 당신에게 귀를 기울일 때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끔일 뿐이라는 것이다. ‘가끔’은 아주 드문 것이다. 너무 드물어서 낭비하기 쉽다. 광고가 낭비인 건 절대다수의 광고가 정작 해당 제품을 살 마음이 없는 사람들, 또는 광고에서 본 것을 주변에 별로 얘기하지 않을 사람들에게 도달하기 때문이다.

    책에 있는 좋은 내용들을 더 담고 싶지만 분량상 여기까지 쓴다.

    퍼플카우와 금융지식인

    모든 조직은 KPI가 있다. 올해 초, 부서 KPI에 도움이 되고자 금융지식인이라는 새로운 포맷의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 보겠다는 기획안을 작성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단지 부서가 KPI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여하면 좋겠다는 마음에 추가 업무로 시작한 거였다.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은 문서 작성 능력이 중요하다. 직원이 많은 대기업은 스타트업처럼 모든 사람과 대면 미팅을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문서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설득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회사에서 처음 시도하는 내용이 담겨 윗분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은 기획안이라면 문서 작성이 더더욱 중요하다.

    퇴근 후 집 근처 커피숍에서 아래 5가지 큰 기준을 잡고 기획안을 작성했다.

    • ① 추진 배경
    • ② 기대 효과(내부, 외부)
    • ③ 기획 개요(콘셉트, 콘텐츠 내용, 콘텐츠 형식, 플랫폼)
    • ④ 예산 및 상세 추진일정
    • ⑤ 의사 결정 및 이슈사항

    스타벅스 커피 쿠폰 주는 단순한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하지 않고 넷플릭스나 예능 프로그램 등의 디지털콘텐츠와 경쟁해 진짜 고객 반응을 이끌어내려면 차별화된 콘텐츠 기획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2가지 전략에 맞춰 전술을 설계해 기획안을 작성했다. 그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 ① 고객 신뢰도 증대를 위해 채널명에서 브랜드를 삭제하는 디브랜딩(Debranding) 전략
    • ② 콘텐츠 마케팅 관점에서 내용도 상품 정보가 아닌 고객에게 도움 되는 정보성 콘텐츠만 다루는 전략(준법 이슈도 피할 겸)

    보수적인 금융 도메인 업종의 특성상 타사 사례가 있는 것도 아닌 퍼플카우 관점의 새로운 콘텐츠를 시도하는 일이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집에 있는 내 개인 장비와 스튜디오를 사용한다. 대본 작성, 출연, 촬영, 편집, 디자인, 채널 운영을 혼자 다 할 예정이라 비용도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가 부담하는 리스크가 없다는 점을 어필해야 임원 의사 결정 통과까지 쉽기 때문이다.

    “회사 이름도 말하지 않고 우리 상품 홍보도 안 하는데 이런 걸 왜 해야 되냐?”는 1차원적인 질문도 받았다. 문서에 회사가 얻는 이익을 작성했고 콘텐츠마케팅 관점을 대면으로도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분에게는 ESG 차원이라고 눈높이를 맞춰 재차 설명했다.

    다행히 파일럿으로 3개월만 진행해 보고 결정하기로 1차적 설득이 됐다. 하지만 임원 보고까지 하려면 실제 어떻게 콘텐츠가 나올지 구체적인 안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하셨다. 어라? 이건 어디서 듣던 말 아닌가.

    한 국내 반도체장비 협력사 임원은 “SK하이닉스는 협력사 얘기를 들어주고 협업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으려고 노력하는데, 삼성전자는 ‘전례가 없다’ ‘구체적인 안을 가져오라’는 식으로 일단 손사래를 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4개월 만에 통과된 금융지식인 콘텐츠 기획안

    일이 되게 하려면 경직된 조직문화 탓만 불평하며 앉아있을 수 없다. 일단 MVP(Minimum Viable Product) 영상을 빠르게 촬영, 편집해 만들었다.

    이후 콘텐츠 타깃이 되는 20대 친구들의 1차, 2차, 3차 피드백 총 100명의 리뷰를 받아 영상 수정하고 내부 보고서 쓰고, 다시 수정하고 보고서 쓰고 하는 긴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업이 4개월가량 진행됐다.

    대기업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상 시의성 측면에선 강점이 없었기에 콘텐츠는 언제나 볼 수 있는 에버그린 콘텐츠 전략으로 진행했다.

    다행히 MVP 영상과 구체적 기획안 덕분에 프로젝트 진행 최종 승인을 받았다. 이후 자잘한 작업들(내부에 채널 개설 품의 문서 올리고 승인 받는 등) 9월 중순에 첫 콘텐츠를 올릴 수 있었다.

    콘텐츠 내용은 심플하다. ① 저축 ② 소비 ③ 투자 ④ 대출

    4가지 카테고리를 기준으로 20대 사회 초년 고객들이 궁금해하는 금융 질문에 대해 ① 직접 찾아가 듣고 ②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형식이다.

    참고로 ① 재미있는 콘텐츠란 재미 자체가 아니라 유용한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일을 의미한다. ② 재미있게 설명한다는 뜻은 나와 친숙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콘텐츠 형식은 집중력이 낮은 20대 고객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3분 내외의 숏폼. 모바일로 콘텐츠를 접하는 고객의 시청 지속시간을 높이기 위해 모바일 최적화된 인물 중심 세로형 콘텐츠였다.

    퍼플카우를 위한 2가지 차별성

    퍼플카우를 위한 차별 포인트는 크게 2가지였다. 첫 번째는 금융지식을 쉽게 설명하는 일. 두 번째는 초반 콘텐츠 후킹을 위해 홍대 같이 20대가 친숙한 장소에서 즉흥 길거리 인터뷰 진행이다.

    보통 대기업에서 디지털콘텐츠를 기획한다고 하면 돈만 주고 실제로는 대행사가 다 만든다. 대기업 담당자의 역할은 대행사가 낸 아이디어를 윗선에 보고하고, 내부 의견 받아 전달하고 정기적으로 닦달(?) 하는 정도이다.

    특히 고객 인터뷰같이 신경 쓸게 많고 이슈 요소가 있는 건 다 사전에 섭외된 사람만 촬영한다. 금융 업종과 같은 보수적 도메인은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섭외된 연기자가 일반인처럼 말하는 인터뷰 촬영은 상대적으로 제작은 쉽지만 생동감이 떨어진다.

    요즘 젊은 고객들은 콘텐츠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귀신같이 잘 안다. 이를 타파하고자 하루 종일 뻗치기를 통해 고객을 직접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하는 포맷이 금융지식인이 퍼플카우처럼 리마커블해지기 위한 요소였다. 물론 품이 매우 많이 든다. 10명 인터뷰 시도하면 1명 해줄까 말까다.

    어렵게 인터뷰를 승낙해도 초상권까지 허락하는 경우는 더욱 어려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시도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고객 인터뷰를 위해 수없이 많은 20대 분들에게 말을 걸었다. 당연히 거절도 많이 당했다 ⓒ뱅커장

    초상권 사용에 동의해 준 감사한 20대 인터뷰이분들.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에게는 작지만 소소한 감사의 표시로 기프트 카드를 드렸다. ⓒ뱅커장

    퍼플카우 금융지식인 콘텐츠의 어려움

    내부적 어려움도 많았다. 많은 경우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유튜브나 SNS 채널의 구독자나 좋아요는 돈 주고 사는 경우가 많다. 공공연한 비밀이다.

    기자들이 유튜브나 SNS의 구독자로 회사들 비교하는 기사를 쓰기 때문에 담당 브랜드 부서들이 윗분들 눈치 보며 어쩔 수 없이 진행한 거다. 하지만 그렇게 가짜 구독자가 많아질수록 채널은 망가진다. 구독자 수 대비 댓글이나 좋아요 수를 보면 해당 채널이 망가졌는지 아닌지를 금방 알 수 있다.

    담당자들도 내 채널이 아니고 해당 부서에 내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채널이 망가지든 말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보이는 보고용 숫자만 잘 관리하면 돼… 내가 근무할 때만 문제 안 생기면 되지 뭐!’ 마인드다.

    콘텐츠로 고객의 관심을 잡는 일은 매우 어렵다. 지금처럼 다매체, 다채널 시대는 더더욱 그렇다. 넷플릭스나 TV 예능 프로가 재밌는 게 얼마나 많은데 그 틈을 비집고 잠재/가망 고객의 관심과 시간을 얻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런데 어떤 콘텐츠를 보고 구독/팔로우까지 할 정도라면? 정말 나에게 도움 되는 콘텐츠가 아니라면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때문에 정도(正道)를 걸으며 콘텐츠 힘만으로 오거닉 하게 고객 반응을 이끌어내는 일은 매우 어렵다. 특히 개인이 아닌 회사라면 더욱 그렇다. 유명 연예인을 쓰거나 무언가 준다는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하지 않으면 고객 반응 얻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물론 이런 마케팅 활동을 하면 할수록(엄밀히 말해 마케팅이 아닌 이벤트/프로모션이다) 구독자나 조회수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로얄티 높은 진짜 오디언스보다 체리피커만 양성할 확률이 높다.

    가짜 콘텐츠 전문가

    자칭 유튜브나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로 활동하는 분들 중에는 “일반인 써서는 더 이상 구독자나 팔로우를 올리기 어려우니 기업에서는 연예인을 써야 한다!”는 너무나 쉬운 말을 컨설팅이라고 당당히 말하고 다닌다고 한다. 그런 말은 고등학생도 할 수 있는 말인데.

    가짜 콘텐츠 전문가는 자신이 이전 회사에서 했다던 ‘업계 최초 00만 명 구독자 달성, 00 조회수 달성!’ 말하며 그럴듯한 숫자를 강조한다.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대부분 본인이 A to Z 모두 직접 진행하지 않고 대행사가 만든 거 컨펌하거나 돈 주고 산 구독자나 조회수를 포함한 숫자를 그럴듯하게 부풀려 말한 거다.

    특히 어떤 1인 개인사업자 대표가 과거 자신이 구독자 수가 많은 대기업 회사 브랜드 채널을 운영한 담당자(보통 대리나 과장이었겠지만 팀장이라고 말하고 다닌다)라고 말하면 100%다. 사실 업계 선수들은 그 사람의 세평을 다 안다.

    하지만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전 회사 결과물을 오롯이 자신이 다한 결과물처럼 포장한다. 같은 회사를 근무했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분 원래 그래요…” 하면서 귀찮으니 실체를 말하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왕초보들에겐 이런 초보 가짜 전문가의 말이 먹힌다. 본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해본 경험이 희소한 초보 가짜 전문가는 계속해서 강연이나 네트워킹 모임에 나가 거짓말을 진짜처럼 말한다.

    거짓말도 계속 말하다 보면 진짜라고 믿게 되는 리플리 증후군처럼 본인도, 사람들도 어느 순간 초보인 가짜 전문가를 진짜 전문가로 여긴다.

    이렇게 연예인을 사용하거나 홍보, 이벤트로 얻은 구독자나 좋아요는 채널의 장기적 성장을 통한 회사 비즈니스 성장에 직, 간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기업 SNS 담당자나 대행사는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눈에 보이는 KPI를 만족시켜 일을 빨리 처리(?) 해야 편하게 돈 받거나 자기 업무가 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경우 암암리에 손쉽고 불법적인 돈 주고 가짜 고객을 만드는 방법을 선택하곤 한다. 나만 입다물면 걸릴 일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기 싫었다. 더디더라도 타깃으로 삼은 고객에게 뾰족한 기획으로 도움 되는 좋은 콘텐츠를 올리면 반응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진행했다.

    하지만 일부 윗분은 약속한 3달 파일럿 시간을 기다려주지도 않고 한 달 만에 “구독자 몇 명 됐어요?” “조회수 몇이에요?” “반응 없으면 기획 바꿔야 하는 거 아닐까요?”라고 내부에서 계속 확인하려는 분들이 있었다.

    씨앗을 심었으면 물을 주고 햇빛을 충분히 쬐는 시간을 줘야 자라나는데 싹이 나는지 아닌지 일주일 만에 흙 속에 있는 씨앗을 파보아 열매를 맺기도 전에 자연사하게 만드는 느낌이랄까.

    다행히 모든 회사 계급장을 다 떼고 승부한 금융지식인은 콘텐츠의 힘만으로 한 달 만에 타깃 고객인 20대 친구들이 정량, 정성 수치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금융지식인 인스타그램에서 받은 감사 메시지 중 일부 ⓒ뱅커장

    이렇게 메시지로 문의가 오기도 한다 ⓒ뱅커장

    금융지식인 댓글 중 일부 ⓒ뱅커장

    광고 없이 3개월 만에 126만 조회수를 넘기고 팔로워 15,000명 이상이 증가한 ⬆ 콘텐츠

    주 1회씩 올린 콘텐츠는 3개월 만에 팔로워가 15,000명이 넘었고 지금도 오거닉 하게 늘고 있다. 한번 콘텐츠를 보게 되면 금융에 관심 있는 20대 대부분은 구독한다. 콘텐츠 평균 조회수는 10만 회를 넘고, 리마커블한 콘텐츠는 126만 회를 넘어가고 있다.

    가벼운 먹방이나 노출이 많은 여자나 남자 영상, 연예인 가십 엔터 장르가 아닌 금융관련 지식콘텐츠에서 기록한 콘텐츠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지금도 숫자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인스타그램 탐색 피드에서 좋은 콘텐츠라 여기고 추천을 해줘서이다.

    추천에 노출된 이유는 금융지식인 콘텐츠를 고객들이 끝까지 보고, 보고 난 다음에 지인들에게 공유하고, 팔로우를 하는 등 고객 인게이지먼트가 높아 추천을 통한 노출이 많아지는 선순환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단순 재미(Fun)를 넘어 의미까지 갖춘 재밌는(Interesting) 콘텐츠라 마음 얻기 어렵다는 20대가 반응한 거 아닐까 생각한다.

    금융지식인-20대를위한-쉬운금융지식

    첫 3초 이후 조회율도 평균에 비해 약 2배 정도 높다 ⓒ뱅커장

     

    처음 기획한 콘텐츠 타깃에 맞는 데이터. 국가도 한국이 대부분인 게 정상이다. 참고로 돈 주고 불법적으로 사면 해외 구독자 수가 많아진다 ⓒ뱅커장

     

    은행연합회장상 수상까지

    객관적으로 회사 외부에선 콘텐츠의 힘만으로 어떤 평가를 할지 궁금했다. 때마침 1년에 1번 진행하는 금융감독원 주최 공모전이 있어서 금융지식인 콘텐츠로 지원을 해봤다.

    금융 분야에서 제일 신뢰도가 있는 금융감독원에서 금융협회장상 중 ‘은행연합회장상’을 수상 결정했다고 연락이 왔다.

    하지만 아쉽게 회사 내부 프로세스를 잘 몰라 지키지 못해(회사 차원으로 접수해야 하는데 개인 부분으로 접수 등) 수상 취소 요청을 하는 해프닝이 생기기도 했다. 어쨌든 검증된 기관에서 양질의 콘텐츠라는 외부 인증도 받은듯해 감사했다.

    은행연합회장상 수상소식-금융지식인 장주영

    금융감독원 수상 결정 문서 ⓒ금융감독원

    “개선안의 선례가 있나? 없다면 결재하지 않겠네.”

    앞서 살펴본 대기업병에 빠진 삼성전자 임원의 사례와 다르게 퍼플카우 정신으로 선례가 없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해준 조직과 동료들에게 감사를 기억하기 위해 기록한다.

    마케팅 컨퍼런스와 마케팅 세미나 (3년 만에 나간 외부 강연)

    회사에서 무슨 일하세요?